VOL.10 매거진 부산 2026.10.01 특집 · 시장과 사람
이번 호 특집

자갈치
새벽 세 시

해가 뜨기 전, 부산의 하루는 이미 시작된다.
자갈치 시장에서 보낸 하룻밤의 기록.

새벽 두 시, 자갈치 시장의 첫 번째 트럭이 도착한다. 운전석 문이 열리며 고무장화를 신은 발이 내려서고, 그 발이 닿는 순간부터 하루가 시작된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시각, 부산은 이미 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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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생선 궤짝을 쌓는 소리가 빈 골목에 울린다. 오랫동안 이 시장을 지킨 상인들은 해가 뜨기 전에 모든 준비를 마친다. 노량진도 마포도 아닌,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들의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다.

40년 경력의 갈치 상인 김순자(67) 씨는 새벽 한 시에 일어난다. 눈을 뜨면 곧바로 시장으로 향한다. 커피 한 잔 마실 시간도 없다. 경매가 시작되기 전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처음엔 힘들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이 시간이 없으면 낮이 어색해요. 새벽이 내 시간이에요."

▲ 자갈치 시장, 새벽 두 시 반. 사진 이진수
"새벽이 내 시간이에요.
그 시간만큼은 이 시장이 온전히 우리 것이에요."
김순자, 자갈치 갈치 상인, 4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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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매 시작 전 정렬된 생선 궤짝들. 사진 이진수

오전 네 시, 경매사가 마이크를 잡는다. 빠른 속도로 숫자가 불리고, 손이 올라가고 내려간다. 이 열 분이 오늘 하루 자갈치의 흐름을 결정한다. 어느 생선이 어느 가게로 가는지, 오늘의 시세가 어떻게 되는지.

경매가 끝나면 진짜 일이 시작된다. 무거운 궤짝을 끌고, 얼음을 채우고, 가판대를 꾸민다. 이 모든 것이 여섯 시 개점 전에 마무리되어야 한다.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 서서 그들의 동선을 눈으로 좇았다. 허투루 움직이는 발이 하나도 없었다. 수십 년이 만들어낸 효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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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치 시장 전경, 새벽 다섯 시. 하루 중 가장 바쁜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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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여섯 시, 해가 바다 위로 올라온다.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몰려오기 시작하고, 자갈치 시장은 또 다른 얼굴로 변한다. 어느새 새벽의 시장은 낮의 시장으로 덮인다.

하지만 가판대 뒤에 서 있는 그들의 눈빛은 안다. 이 하루가 새벽 두 시부터 시작됐다는 것을. 눈에 보이는 것 아래에 보이지 않는 시간이 쌓여 있다는 것을.

나는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우리가 '부산의 맛'이라고 부르는 것의 절반은 어쩌면 이 새벽의 노동으로 만들어진다고.

WRITER

박지수

부산의 시장과 사람들을 기록합니다. 새벽과 골목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