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않는 거리와 그 위를 걷는 사람들에 대하여
도시가 잠든 시간이라고 말하지만, 새벽 세 시의 거리는 결코 조용하지 않다. 신호등은 빨간불과 초록불을 아무도 보지 않는 교차로에서 반복한다. 편의점 창문 너머로 형광빛이 쏟아지고, 그 안에는 누군가가 계산대를 지키고 있다.
나는 그 시간대를 좋아하게 된 것이 언제부터인지 모른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 많아지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신발을 신고 거리로 나섰다. 걷다 보면 이 도시가 낮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낮의 도시는 목적을 향해 움직인다. 사람들은 어딘가로 가고, 무언가를 사고, 만나고, 떠난다. 하지만 새벽의 도시에는 방향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단지 걷는다.
한 번은 부두 근처 골목에서 낚싯대를 어깨에 맨 노인을 만났다. 새벽 두 시였다. 어디 가시냐고 물었더니, 그냥 새벽 공기가 좋아서라고 했다.
새벽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대개 눈이 맞아도 인사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묵묵함은 차갑지 않다. 이 시간에 여기 있다는 것만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
나는 지금도 잠이 오지 않는 밤에는 거리로 나간다. 그냥 걷는다. 불 꺼진 간판, 혼자 울고 있는 고양이. 그것들이 이 도시의 진짜 얼굴인지도 모른다.
"이 도시는 자는 척 눈을 감고 있을 뿐이다"
— 새벽 세 시의 부두에서
김지연
부산에서 에세이와 산문을 씁니다. 걷는 것과 잠들지 못하는 밤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