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따라 달리는 기차. 창밖으로 동해가 펼쳐질 때마다 마음이 조금씩 더 가벼워진다. 부산에서 강릉까지, 263킬로미터를 달리는 4시간 15분의 기록.
부산역 3번 플랫폼에서 오전 7시 15분 열차를 기다렸다. 역 안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각자의 짐을, 각자의 이유를 들고 플랫폼에 서 있는 사람들. 출발 전 2분의 고요함 속에서 열차가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창가 자리였다. 가방을 선반 위에 올리고 앉자마자 기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산의 아파트 숲이 창밖을 스쳐지나갔다. 도시가 점점 옅어지면서, 멀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경주를 지나 포항에 가까워질 무렵, 창밖으로 처음 바다가 보였다. 아무 예고도 없이. 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동해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런 순간이 있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
옆자리 승객도 그 순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다는 그런 식으로 낯선 사람들을 잠깐 같은 방향으로 향하게 만든다. 기차가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동안 바다는 쉬지 않고 움직였다.
삼척역에서 잠깐 멈췄다. 기차는 3분 정차했다. 플랫폼에 내려서서 바깥 공기를 마셨다. 바다 냄새가 났다. 승객 몇 명이 내리고, 몇 명이 탔다.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은 이 장면들이, 왜인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기차는 다시 움직였다. 창밖의 바다가 다시 시작됐다. 같은 바다인데 어딘가 조금 달라 보였다. 빛이 달라진 것인지, 내가 달라진 것인지.
기차 여행의 좋은 점은,
가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된다는 것이다.
강릉역에 도착한 것은 오후 2시 28분이었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짠내가 났다. 동해는 이 역에서도 그리 멀지 않았다. 263킬로미터. 4시간 15분.
그 시간 동안 창밖의 풍경은 산에서 바다로, 바다에서 다시 산으로 바뀌었다. 돌아가는 열차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6시 41분. 그때까지는 여기에 있어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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