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네 시, 도시는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채 가장 솔직한 얼굴을 드러낸다. 꾸밈이 없고, 서두름이 없다. 사진가 김도윤은 이 시간을 10년째 기록하고 있다.
불이 꺼진 상점들, 텅 빈 골목, 멈춰선 버스. 낮의 도시를 가득 채우던 소음이 사라지면, 그 아래 있던 것들이 조용히 떠오른다.
어떤 풍경은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보게 한다. 이른 새벽의 빛은 사물의 경계를 흐리고, 도시의 구조를 새로운 방식으로 드러낸다. 김도윤은 이것을 '도시의 민낯'이라 부른다.
빛이 오기 전, 짧은 정지의 시간이 있다. 사진가는 그 순간을 기다린다. 셔터를 누르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훨씬 길다고 그는 말했다. 기다림 안에서 이 공간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조금씩 알게 된다고.
같은 장소도 계절에 따라 다른 표정을 짓는다. 봄의 새벽은 축축하고, 여름은 무겁고, 가을은 선명하다. 겨울은 모든 것을 납작하게 만든다. 그는 매달 부산을 찾아와 같은 골목의 다른 모습을 기록했다.
기록은 결국 기억의 또 다른 형태다. 언젠가 변하거나 사라질 풍경들이 프레임 안에 남는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사진가는 조용히 덧붙였다.
도시는 오늘도 새벽을 맞는다. 어제와 같은 골목에서, 같은 빛이 같은 방식으로 내려온다. 그리고 누군가는 또 그 앞에 서서, 셔터를 기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