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김미래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2026년 11월

To.

이 편지를 읽는 당신에게

Vol.11 · 에세이

해운대에서
온 편지

한 도시가 나를 붙잡는 방법에 대하여

Dear Reader,

부산에 처음 온 건 열아홉 살 여름이었습니다. 고속버스가 터널을 빠져나오는 순간, 창밖으로 바다가 펼쳐졌어요. 그 순간을 저는 아직도 기억합니다. 당신도 아마 알 겁니다, 어떤 풍경이 심장에 새겨지는 느낌을.

그 이후로 저는 해마다 이 도시로 돌아왔습니다. 어떤 해는 이유가 있었고, 어떤 해는 이유가 없었습니다. 어떤 해는 누군가와 함께였고, 어떤 해는 혼자였습니다. 그런데도 매번 같은 곳에 서게 됩니다. 파도가 쉬지 않고 밀려오는 해운대 백사장.

해운대, 2026년 10월 — 이른 아침 아무도 없는 백사장

사람들은 부산을 바다와 함께 기억하지만, 저는 조금 다릅니다. 저는 이 도시의 언덕을 기억해요. 감천문화마을 골목에서 길을 잃고, 영도 절영로에서 저녁노을을 보고, 흰여울길에서 고양이 한 마리와 눈을 마주친 기억들. 부산은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이루어진 도시입니다. 쉬운 길이 없어요. 그래서 더 좋습니다.

이번 호 에세이를 쓰면서 저는 다시 그 골목들을 걸었습니다. 달라진 게 있었고, 달라지지 않은 게 있었습니다. 40년째 같은 레시피로 국밥을 끓이는 어머니가 있었고, 3년 전 문을 열었다가 올해 닫은 서점이 있었습니다. 도시는 매일 조금씩 다른 편지를 씁니다.

감천문화마을(좌) · 영도 절영로(우), 2026년 10월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을 붙잡는 도시가 있나요? 언제든 돌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살아갈 힘이 생기는 그런 장소. 저에게는 부산이 그런 곳입니다. 어떤 이유도 필요하지 않은, 그냥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도시.

이번 호를 만드는 내내 저는 이 도시에서 받은 편지들을 떠올렸습니다. 파도 소리, 국밥 냄새, 오후 세 시의 광안대교, 골목에서 만난 낯선 사람의 얼굴. 그것들을 모아 당신에게 보냅니다. 이 편지가 부산 어딘가에 닿기를 바랍니다.

늘 고맙습니다,

김미래

2026년 11월, 해운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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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부산 Vol.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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