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潮水)
부산, 겨울 바다를 걷다
부산에서 바다를 보는 일은 특별하지 않다. 그것은 매일 아침 창문을 여는 것처럼, 버스를 기다리는 것처럼 일상적인 행위다. 그러나 파도가 부서지는 순간과 다음 파도가 오기 전의 그 찰나— 그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광안리 해변에 처음 간 것은 십 년 전 겨울이었다.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빠진 자리, 빈 모래사장 위에 누군가 혼자 서 있었다. 파도가 발끝에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그는 바다를 향해 서서 오래도록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그가 무엇을 기다리는지 알 것 같았다. 파도가 부서지고, 거품이 되고, 다시 바다로 돌아가는 그 순간—정확히 그다음 장면을.
겨울 바다는 여름 바다와 다른 소리를 낸다. 여름의 파도가 축제처럼 요란하다면, 겨울의 파도는 낮고 단호하다. 모래를 핥고 끌어당기는 소리, 자갈이 구르는 소리.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바다가 무언가를 세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파도의 횟수가 아니라, 여기 서 있었던 사람들의 수를.
부산의 바다는 기억을 저장하지 않는다. 파도가 모래 위에 글씨를 새기면, 다음 파도가 와서 지운다.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그 삭제의 리듬에 익숙해진다. 새로 쓰기 위해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냥 지우는 것. 지워지는 것도 괜찮다는 것.
나는 그날 이후로 겨울마다 광안리에 간다. 대개 혼자다. 모래사장 끝에 서서 파도를 센다. 백 개쯤 세면 차가워진 발이 느껴지고, 이백 개쯤 세면 뭔가를 잊게 된다. 무엇을 잊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잊혀진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
겨울 광안리에서 만난 노인이 한 말이 있다. "바다는 항상 거기 있는데 사람들은 여름에만 온다"고. 그는 삼십 년째 이 해변에서 매일 아침을 시작한다고 했다. 파도가 오는 것도, 가는 것도, 다시 오는 것도. 그는 그 모든 순간의 목격자였다.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아도.
조수(潮水). 밀물과 썰물이 반복하는 힘. 부산은 이 도시 자체가 조수다. 사람들이 왔다가 가고, 건물이 서다가 허물어지고, 기억이 쌓이다가 씻긴다. 그리고 그 다음 장면은 언제나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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