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량 이바구길
계단 위에 새겨진 이야기들
'이바구'는 경상도 방언으로 이야기라는 뜻이다. 부산역에서 걸어서 10분, 초량동 산비탈에 난 이 골목은 이름처럼 이야기가 많다. 6·25 전쟁 피란민들이 터를 잡고 살아온 60여 년의 흔적이 계단 하나하나에 새겨져 있다.
이바구공작소
초량동 168-1 · 무료 입장

이바구공작소 입구 골목, 초량동
이 길의 시작점에 작은 공간이 하나 있다. 1950년대 피란민들이 지어 올린 골목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자리에, 누군가 그 이야기들을 모아두기 시작했다. 오래된 사진과 물건들이 벽을 채우고 있다. 들어가면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골목 어귀에서 할머니 한 분이 평상에 앉아 계셨다. 오십 년째 여기 산다고 하셨다. 이 골목이 예전엔 더 시끌벅적했다고, 지금은 많이 조용해졌다고.
유치환의 우체통
계단 중간 구간
계단을 반쯤 올랐을 때, 빨간 우체통 하나가 서 있다. 시인 유치환이 1935년 이 근처에서 살았다. 그 인연으로 만들어진 우체통인데, 지금도 편지를 넣으면 1년 후에 발송된다.
1년 뒤의 나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 계단을 오르다 잠깐 멈춰 생각하게 된다. 결국 우체통 앞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그냥 올라갔다.

계단 중간, 유치환의 우체통
"1년 뒤의 나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 계단을 오르다 잠깐 멈춰 생각하게 된다."
168계단 정상
초량3동 산복도로 · 모노레일 무료 운행
168개를 다 올랐을 때, 눈앞에 부산항이 펼쳐진다. 컨테이너선들이 느리게 움직이고 저 멀리 영도가 보인다. 올라오는 길에 땀이 났지만 이 전망 하나로 충분하다.
옆에 모노레일이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만든 거라고 한다. 내려갈 땐 모노레일을 탔다.

168계단 정상에서 바라본 부산항
여행 팁
부산역 1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이정표를 따라 초량동 방향.
천천히 걸으면 약 1~2시간. 내려올 땐 계단 우측 모노레일(무료, 평일 09~18시) 이용.
차이나타운에서 도보 5분. 공갈빵, 짜장면이 유명하다.
경사가 가파름. 편한 신발 필수. 여름엔 이른 오전 방문 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