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 골목을 걷던 날을 기억한다. 이른 아침, 안개가 낮게 깔린 산복도로. 좁은 계단을 오르다 발을 멈췄다.
지붕과 지붕 사이, 바다가 보였다. 그 순간 무언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이 도시는 내가 알던 곳이 아니었다.
골목과 바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시작된 이야기
처음 그 골목을 걷던 날을 기억한다. 이른 아침, 안개가 낮게 깔린 산복도로. 좁은 계단을 오르다 발을 멈췄다.
지붕과 지붕 사이, 바다가 보였다. 그 순간 무언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이 도시는 내가 알던 곳이 아니었다.
골목마다 사람이 있었다. 이른 아침 철문을 여는 노인, 빨래를 거는 여자,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남자.
그들은 서로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고, 그 거리감이 오히려 따뜻했다. 어쩌면 그것이 이 골목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였는지 모른다.
오후 세 시의 햇살이 골목 벽을 따라 기울었다. 그 빛 안에 들어서면 모든 게 조금씩 다르게 보였다. 낡은 것들이 빛났고, 익숙한 것들이 낯설어졌다.
나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그 빛 안에 오래 서 있었다. 기록하려 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었다.
아직 그 골목은 남아 있다. 철거 공고가 붙은 담벼락도, 녹슨 대문도, 그 위에 핀 담쟁이도.
사라지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살아 있다. 그리고 어쩌면 기억 속에서는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 FIN —
어느 날, 부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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