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N.01 / 05
FILM ARTICLE · CINEMATIC SERIES

어느 날,
부산에서

골목과 바다, 그 사이 어딘가에서 시작된 이야기

01 / Scene

낯선 골목에서

처음 그 골목을 걷던 날을 기억한다. 이른 아침, 안개가 낮게 깔린 산복도로. 좁은 계단을 오르다 발을 멈췄다.

지붕과 지붕 사이, 바다가 보였다. 그 순간 무언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이 도시는 내가 알던 곳이 아니었다.

02 / Scene

사람들이 있었다

골목마다 사람이 있었다. 이른 아침 철문을 여는 노인, 빨래를 거는 여자,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남자.

그들은 서로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고, 그 거리감이 오히려 따뜻했다. 어쩌면 그것이 이 골목이 오래 살아남은 이유였는지 모른다.

03 / Scene

모든 도시에는 보이는 얼굴과
보이지 않는 얼굴이 있다.

부산의 진짜 얼굴은 골목 안에 있었다.

04 / Scene

빛의 골목

오후 세 시의 햇살이 골목 벽을 따라 기울었다. 그 빛 안에 들어서면 모든 게 조금씩 다르게 보였다. 낡은 것들이 빛났고, 익숙한 것들이 낯설어졌다.

나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그 빛 안에 오래 서 있었다. 기록하려 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었다.

05 / Scene

그래도 계속된다

아직 그 골목은 남아 있다. 철거 공고가 붙은 담벼락도, 녹슨 대문도, 그 위에 핀 담쟁이도.

사라지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살아 있다. 그리고 어쩌면 기억 속에서는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 FIN —

어느 날, 부산에서

웹진 편집부
사진 웹진 포토팀
편집 효민 디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