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01 특집
매거진 부산 FM · CH.01 특집

자갈치 새벽 세 시

해가 뜨기 전, 부산의 하루는 이미 시작된다

김도형 기자 2026년 겨울호
자갈치 새벽 세 시 — 현장 녹음 --:-- / --:--
00:00

새벽의 자갈치

새벽 세 시. 자갈치 시장 안쪽 부두에 첫 번째 배가 닿는다. 엔진이 꺼지고, 남자들이 밧줄을 잡는다. 아직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하늘 아래, 비닐 장화가 젖은 콘크리트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린다.

부산의 새벽은 자갈치에서 시작된다. 관광객들이 오전 열 시의 활어회를 먹는 그 자리에, 자정이 넘으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조명은 형광등 몇 개뿐이고, 말은 짧고, 움직임은 빠르다. 시장은 해가 뜨기 전에 이미 절반이 끝난다.

02:30

첫 경매

두 시 반이 되면 경매가 시작된다. 중매인들이 스티로폼 박스 앞에 줄지어 선다. 경매사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고, 숫자들이 공기 중에 날아다닌다. 고등어, 갈치, 오징어. 박스 안에서 아직 살아있는 것들이 튀어오른다.

"새벽 경매는 소리로 해요.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목소리 높낮이로 값을 읽는 거죠." — 자갈치 중매인 박재호(54세)

30년 경력의 박재호는 경매장 맨 앞줄에 선다. 새벽 두 시에 일어나 여기까지 오는 것이 그의 하루 첫 일과다. 경매가 끝나면 그는 곧바로 가게로 돌아가 생선을 손질하기 시작한다. 시장이 문을 여는 여섯 시까지, 그에게는 세 시간이 남는다.

04:00

어부의 손

새벽 네 시. 부두 한편에서 한 남자가 그물을 손질한다. 손가락이 굵고 마디마디가 거칠다. 그물 올 하나하나를 확인하는 동작이 느릿느릿하지만, 빠뜨리는 곳이 없다. 40년 동안 매일 새벽 바다에 나간 손이다.

이름을 물었더니 "그냥 어부요" 하고 웃는다. 기장 앞바다에서 출발해 이곳까지 오는 데 세 시간. 그가 잡아온 갈치는 조금 전 경매에서 가장 먼저 팔렸다.

"새벽 바다는 라디오가 제일 좋아요. 깜깜하면 소리밖에 없으니까."

05:30

해가 뜨기 전

다섯 시 반. 동쪽 하늘이 조금씩 밝아온다. 자갈치 시장은 이미 분주함이 절정에 달했다. 손질된 생선이 쌓이고, 트럭이 오고 가고, 아줌마들이 좌판을 펼치기 시작한다. 여기서 새벽은 하루의 끝이 아니라 하루의 시작이다.

"해 뜨면 끝난 거예요. 그때부터는 손님 상대하는 거고, 진짜 일은 새벽에 다 해요." — 자갈치 상인 최순이(61세)

최순이가 활어 수조에 물을 뿌리며 말한다. 그녀는 새벽 한 시에 일어나 시장에 나온다. 남편과 함께 30년. 지금은 딸이 가끔 와서 돕는다. 라디오는 항상 켜놓는다. 새벽에 듣는 음악이 그날 하루를 버티게 해준다고.

해가 완전히 떠오를 때 즈음, 자갈치의 새벽은 조용히 막을 내린다.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시간, 낮의 자갈치가 시작된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세 시, 이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된다.

편성표로 돌아가기

매거진 부산 FM

이번 호 편성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