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o Essay · 2026.07

파도 소리를
듣는 법

광안리의 여름 끝에서 쓴 에세이

글·낭독 김해수 · 4분 0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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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 도착
01

도착

처음 부산에 내려왔을 때, 나는 파도 소리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 광안리 해변에 닿자마자 나는 멈췄다. 신호등처럼, 누군가 내 발걸음에 빨간 불을 켠 것 같았다.

모래 위에 앉았다. 여름의 끝이라는 걸 파도는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조금 전보다 약하게, 그러나 더 오래 밀려왔다.

바다를 보고 있으면 자꾸 무언가를 쓰고 싶어진다. 그러나 파도 앞에서 쓴 문장들은 대부분 바다에 두고 온다. 종이 위에 옮기면 이미 다른 것이 되어 있다.

옆에 앉은 사람이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 나는 그가 무엇을 듣는지 궁금했다. 이렇게 좋은 소리가 있는데, 하고 생각했다가 — 나도 지금 무언가를 듣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02

기다림

기다린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파도는 늘 온다. 그런데 우리는 파도를 기다린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향해 눈을 들고, 귀를 연다.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다. "거기 지금 파도 소리 들려?" 수화기 너머로 파도를 드렸다. 어머니는 잠시 말이 없으셨다가, "좋다" 하셨다. 그게 전부였다.

저녁이 오자 파도의 색이 달라졌다. 회색에서 보라로, 보라에서 검정으로. 색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색이 깊어지는 것 같았다.

나는 파도 소리를 녹음해보려 했다. 폰을 꺼내 들었다가 그냥 내려놨다. 소리는 기억 안에 두는 게 낫겠다 싶었다. 기록하면 그때부터 재생이 되는 거니까.

03

파도

파도는 밀려왔다가 돌아간다. 갔다는 말은 맞지 않다. 잠깐 왔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거다. 그 돌아가는 소리가 사실 더 좋다.

아무도 파도를 붙잡으려 하지 않는다. 그게 바다 앞에서 우리가 배우는 첫 번째 것인지도 모른다. 잡지 않아도 된다는 것.

밤이 되었다. 파도 소리는 낮보다 더 크게 들렸다. 사실 파도는 같은 크기겠지만, 다른 소리들이 줄어든 거다. 이게 조용해진다는 뜻이라는 걸, 나는 그날 밤 처음 알았다.

부산을 떠나는 새벽, 창밖에서 파도 소리가 들렸다. 한 번만 더 듣고 싶었다. 그러나 기차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고, 나는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니까 더 잘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