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남도에는 두 가지 신명이 있다 하여, 호남은 '소리', 영남은 '춤'이라 전해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날 영남의 중심인 부산은 우리 춤의 뿌리이자, 새로운 가능성을 길어 올리는 춤의 본향이라 할 수 있다.
부산의 옛 지명인 '가마(伽馬)'에는 깊은 상징이 깃들어 있다. 이는 사람을 실어 나르는 탈 것이자, 불·흙·물·바람이 만나 질그릇을 빚어내는 장작 가마이며, 음식을 익히고 시간을 우려내는 솥의 의미를 지닌다. 동시에 인체의 중심인 정수리를 뜻하며, 언어학적으로는 우리 민족의 토템인 '곰'의 옛말과 연결되는 신성성을 내포한다.
더 나아가 구어적 맥락에서 '가마'는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읽히며, 스스로 나아가고자 하는 능동적 움직임을 함축한다.
〈한국춤프로젝트 가마〉는 이러한 다층적 의미를 바탕으로 2018년 창단된 한국창작춤 단체이다. 부산을 중심으로 한 영남권 전통춤의 정체성과 가치를 기반으로, 이 지역의 삶과 정서를 담아낸 한국창작춤의 새로운 레퍼토리를 구축하고자 설립되었다.
질그릇을 빚어내는 가마처럼 새로운 춤의 언어를 구축하고, 시간을 들여 익히는 가마처럼 춤의 성정(成情)을 심화시키며, 중심을 상징하는 가마처럼 우리 춤의 본질을 탐구한다.
전통의 깊이를 단순히 보존하는 데 머물지 않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지역 주민들과 호흡하며 '로컬리티(Locality)'를 세계와 연결하는 '글로벌(Global)'한 감수성으로 확장된 춤을 만들고자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현재는 한지은 대표를 포함하여 17명의 단원이 활동하고 있다.
〈한국춤프로젝트 가마〉는 창단 이후 '지속 가능한 창작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4년 중장기 공연 기획 시스템을 운영하며, 단체의 정체성과 예술 방향성을 꾸준히 확립해왔다.
이는 가마만의 고유한 창작 플랫폼으로, 짧지만 밀도 높은 춤을 선보이는 20분 창작단편무용제 〈춤Essay展〉, 지역 고유의 전통춤을 수학하고 재해석하는 프로젝트 〈춤집-잇다〉, 타 장르와의 융합을 통해 심도 있는 제작과정을 시도하는 〈60분 창작장편무용제〉, 이전 작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아카이빙 프로그램 〈다시보다〉 등 4개의 프로젝트로 구성된다.
창작·전통·확장·성찰이라는 네 축을 균형 있게 이어가며, 지역민과 함께 창작의 서사를 공유하고 미래의 전통이 될 춤을 발굴하고 있다.